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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도시 - 비밀의 숲

40002 2020. 5. 3. 15:31

좋은 극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내놓는 답변은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사람들에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하는 극'이 좋은 극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그 장면 정말 좋았지!'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어떻게 대처했을까.'가 될 수도

아니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별반 다르지 않지 않을까.'란 생각도 될 수 있다.

 

드라마 비밀의 숲은 이 중 마지막 범주에 들어간다.

우리 사는 세상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정말 있을 법하게 그려나갔고

수사/법정물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풀어나갔다.

 

영화는 살인사건의 범인이란 맥거핀을 필두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이는 참 영리한 판단이었던 것이 드라마는 호흡이 길기에 도중에 지칠 염려가 있다.

그러나 본 드라마에서는 거대한 맥거핀을 중심으로 마치 한 호흡과 같은 스토리를 보여준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작가는 드라마 중반부까지 범인의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한다.

'얘 아닐까?' '얘일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긴장감과 떡밥의 연속은 본 드라마를 흡입력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본 드라마가 진짜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영화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에 큰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 드라마는 '세상은 흰색도 아니요, 검은색도 아닌 회색뿐'임을 강조한다.

 

내가 앞에서 말했듯 본 드라마의 범인은 전체 그림에서 봤을 때 맥거핀에 불과하다.

약간의 반전이 있다곤하나 그리 강한 뒷통수도 아니었고 (예상은 못했다만)

그랬기에 '에, 이렇게 싱겁게 끝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본 드라마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서 난 크게 얻어 맞은 느낌을 받았다.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난 후, 조승우가 TV 프로그램 나와 검사들의 썩은 낯짝을 공개한 그의 상사인 유재명을 '시대가 만든 괴물.'이라 못박는다.

아무리 유재명이 검사들의 잘못된 행동을 고발했다고 한들 사람을 죽인 것은 죽였다는 것이다.

 

이리 생각해보니 본 드라마에서 모든 인물은 완전히 선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악하지도 않게 그려진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은 결국 회색의 동물이란 것이다.

단, 두 주인공 조승우와 배두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작가는 절대 선인 조승우와 배두나에게 설득력을 부여하는 작업을 계속한다.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이는 조승우도 결국에는 감정이 있다는 사실과

배두나의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그런 강한 여성상이 앞선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어필하고 있다.

 

드라마를 다 보고나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막상 다 보고나면 뭔가 후련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찝찝함이 더 컸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이런 찝찝함이 본 드라마를 매력적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즌 2가 제작 중이라는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