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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미학 - 8월의 크리스마스

40002 2020. 7. 21. 23:41

대한민국 멜로영화하면 빠짐없이 거론되는 바로 그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이걸 지금 봤다는게 부끄러우면서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띵작이라고 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더라.

 

영화는 멜로영화임에도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

말이 미니멀리즘이지, 그냥 별 굴곡없는 잔잔함 속에서 영화는 진행된다.

(난 신파가 정말 싫지만) 약간의 신파도 쳐서 좀 영화의 맛을 낼 법도 한데 말이다.

 

영화의 플롯도 특별하지 않다.

'시한부 인생의 남자가 다시 사랑을 만나게 되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이야기.'

어딘가에는 있을 법한 이야기이고, 영화는 이를 정말 있을 법하게 풀어낸다.

 

중요한 것은 영화는 이를 정말로 있을 법하게 풀어낸다는 것이다.

시한부 인생의 사람이 겪게 되는 무수한 감정선과

그 안에서 싹트는 사랑이라는 아주 순수한 마음까지.

 

이와 같은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아주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이게 주는 묘한 맛이 있다.

뭐랄까..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찌개 같다 해야하나?

 

그런데 이러한 일상적인 풀이가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큰 공감을 주지 않았나 싶다.

시한부 인생의 남주가 고뇌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데

애써 비통하고 한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괜시리 내 눈에 눈물이 고이곤 했다.

 

엔딩 조차도 정말 담백한데, 이것도 본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에? 남주랑 여주가 그래도 마지막에 한번은 만날 법한데?'라고 생각하였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감독의 결정이 맞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자, 이제 '봄날은 간다'를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