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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설정 - 테넷(TENET)

40002 2020. 8. 22. 18:00

 

* 본 리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로 침체된 극장가에 단비가 되어줄 우리의 구세주, 테넷이 왔다.

킹리스토퍼 갓-란의 작품은 언제나 믿고 봐왔고 실망감을 준 적이 없기에

개봉하자마자 첫 시간 때로 보고 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많이 꼬아놓았다."

본 영화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시간을 역행한다는 설정 하나가

아주 뚜렷한 장점이자 아주 뚜렷한 단점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선, 장점부터 보자.

시간을 역행한다는 개념(아니면 타임머신이란 개념)은 이제는 우리에게 친숙한 설정이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만 생각해도 이는 어렵지 않게 다가올 것이다.

 

본 영화는 이러한 익숙한 개념 속에 '과연, 액션을 가미하면 어떨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놀란 감독이 제시한 답변은 너무나도 놀라웠다.

'총질하는 그냥 액션씬인데 이렇게 머리가 아플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스치었다.

 

특히 마지막 대규모 전투씬은 진짜 대박이었다.

'얘들은 이 시간 순으로 가고.. 얘들은 이 시간 순으로 가고..'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뭐가 뭔지는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지만 그냥 개쩌는 그런 거.

 

그러면, 단점을 바라보자.

앞서 말했듯 본 이런 '시간'이란 설정의 작품들은 점점 진부해지고 있는 추세다.

난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의 엔딩 조차도 어느정도 예상된 전개였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시간역행이란 설정 자체가 당채 이해가 안되기 때문에

'시간 흐름이 어떻둥 저렇둥'이라고 영화에 계속 나열되게 되면

관객들의 뚝배기가 깨지는 것은 예삿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설정을 품고 있는 영화의 감독은 다음과 같은 전술을 취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얽히섥혀 있는 설정과 연출 속에서 영화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아, 이거 이런 뜻이었구나!!! 개쩐다!'라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그런 방식.

 

말을 어렵게 했지, 좋은 예시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놀란 감독의 대표작, '메멘토'야 말로 앞서 말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전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연출로 관객들에게 큰 한방을 맥여주는 그런 작품이었다.

 

그런데 놀란 감독은 영화 '테넷'에서 한술 더 뜬다.

시간역행이란 설정은 기본이고 거기에 여러 설정들이 더 가세하는데

영화의 중반부부터는 혼란스러워서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았다.

 

물론, 이러한 머리터짐은 어찌보면 본 영화를 정의하는 '장점'으로 비쳐질 수도 있으나

나는 이게 오히려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됐다.

그냥 영화를 '뭔지 모르겠지만, 개쩌네!'라고 받아들이면 끝일 문제지만, 한국인들 특성상 그러하지 않으니.

 

말이 길었다. 본 영화 '테넷'은 양날의 '시간역행' 설정을 극도로 끌어올린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개쩌는 작품'이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머가리 깨지는 작품'이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개인 차이겠지만.. 나는 후자에 가까웠다고 생각된다.

 

 

ps. 불친절한 영화가 나쁜 영화라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러한 불친절이 마치 본인의 특색인 마냥 그려지게 되면, 이는 나쁜 영화라 생각한다.

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러한 불친절을 '테넷'의 선두로 내세웠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분이 아니다.

그러나, 본 영화는 어찌됐든 그러하게 비쳐질 여지가 있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을거라 생각한다.

 

ps2. 리뷰에서는 대차게 깠지만 별점이 후한 이유는 액션씬 자체가 그냥 개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본 영화는 머리가 깨지든 안깨지든 간에 꼭 볼 수 있는 작품이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