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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위에 꾀한 소극적인 변화 - 비밀의 숲 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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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위에 꾀한 소극적인 변화 - 비밀의 숲 2

40002 2020. 10. 5. 01:36

오늘 완결난 <비밀의 숲 2>다.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전작인 <비밀의 숲>은 너무나도 재미있고 잘 만든 작품이었고 당연히 다음 작인 본 작품을 안 볼 수가 없었다. 드라마 매 주 꼬박꼬박 챙겨본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일정도이니. 그만큼이나 전작인 <비밀의 숲>은 입이 닳도록 말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명작이었고, 그만큼은 아니어도 어느정도 전작의 유산을 재현하기를 난 바랐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것일까. <비숲2>는 <비숲>에 비해 이렇다할 변화도 적었으며 오히려 <비숲>의 유산에 편승하려고 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시즌 초반부터 거론된 '강한 캐릭터의 부재'에는 <비숲> 제작진도 어느정도 변명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애초부터 <비숲> 라인업이 말도 안되게 짱짱한 인물들이었고 어떤 인물들을 데려왔든 <비숲2>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몰입감이 조금 떨어질 수는 있어도 조승우/배두나의 연기력은 여전했고 새로운 캐릭터들 역시 어느정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문제는 스토리에 있었다. 전작 <비숲>에서 표방한 스토리는 '안개 낀 도시마냥 까마득하지만서도 결국에 이것이 걷히는 듯한' 호쾌한 한방이 존재했다. 극적인 캐릭터의 퇴장을 통해 여태까지 진행됐던 체증이 가라앉았으며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황시목 검사의 TV 토론씬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여운 있는 황시목 검사의 말을 통해 <비숲>에서는 본 이야기가 하고 싶은 바를 정확히 짚어내었다. 그런데 <비숲2>에서는 앞서 말한 호쾌함도 그렇다고 가슴에 남는 그런 여운도 없다. 나는 후반부에 우태하 검사의 끝없는 추락을 보여주므로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래 이거지.'란 느낌을 줄 거라 예상했는데 그러하지 않았다. 그나마 대단원을 어떻게든 정리해줄 거라고 믿었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도 서비스 씬들뿐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스토리는 '안개 낀 도시마냥 까마득하지만서도..'에서 끝이 났고 사람들에게 '어, 이거 내가 기대하던 <비숲> 맞나?'란 생각을 들게 했을 것이다.

 

변화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검찰만의 이야기가 아닌 경찰의 이야기까지 더 곁들어서 판을 키웠다는 점, 다양한 시각에서 대한민국 범죄현장을 조명하려고 했다는 점, 최빛/우태하 부장이란 새로운 캐릭터를 넣어 다채로움을 줬다는 점, 황시목/한여진의 인간적인 매력을 더 보여줬다는 점..등 생각보다 많았고 유효타들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비숲>의 편승을 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하였다. 전작의 결론 중 하나인 '이창준의 그 믿음'이란 테마 하나가 전체 드라마에 너무나도 지배적이었다. 이게 잘못된 것은 아닌데 본 작품에서는 이 테마를 계속 언급하기만하지 더 발전시킬 기미를 보여주지 않았다. 또 한조그룹 내에서의 이야기 전개 역시 전작의 그림자에 너무나도 침식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한조그룹 내 이야기 또한 힘을 잃었다. 뭔가 초반에는 비중있게 그려질 것처럼 나왔으면서 막상 맥거핀이 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안전자산 위에 새로운 성을 쌓는게 편한 선택이긴 하나 (나라도 그럴 것 같기도 하지만) 이는 보는 사람들이 즐거운 그런 선택은 분명 아니다.

 

못 만든 작품은 아니다. 이런 수작 찾기 여전히 어렵고 배우들의 연기 이만큼 뽑아내는 '웰메이드 드라마' 역시 드물 것이다. 그러나 전작의 아성과 견주자고 하니 솔직히 말해 민망한 수준이었고 (그만큼 전작이 명작이었다) 이도저도 아닌 전개와 결론이 팬의 입장으로 안타깝기만 하였다.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 마치 <비숲3>을 생각해놓고 쓴 작품이었다는 인상을 난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야기가 이렇게 미지근하게 끝날리가 없다. 뭐든 박수 칠 때 떠나야하는 것인데.. 참 아쉽기만한 후속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