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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s just regular old living" - 소울(Soul)

40002 2021. 1. 23. 20:09

* 본 리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관을 찾은 것도 정말 간만이다. 재밌는 영화가 개봉을 안(못)한 것도 있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과연, 우리의 목마름을 달래줄 픽사의 신작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픽사는 역시 픽사였다. 최근 들어 픽사가 초심을 잃었다는 둥의 평을 종종 받곤 하는데, 영화 '소울'만큼은 그러하지 않음을 증명해 냈다. 아이들의 시점에서 바라보면 신비로운 영혼들의 세계를,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일상의 의미를 다시 한번끔 되새겨보는 시간으로 다가왔으리라 본다. 픽사의 기가막힌 상상력과 다이나믹한 전개로 '와 쩐다..!' 그런 면모들은 적은 편이지만 픽사는 새로운 카드를 내어 '2021년에도 픽사는 이상 무!'를 보여주고 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 '소울'은 픽사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서사의 흐름이 특별한 것도, 그렇다고 엄청난 깊이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하루동안 있었던 작은 소동(?)에 대한 이야기이니 모험적인 요소는 덜했고, 세계관은 흥미로웠으나 매료될 정도는 아니었다. 예를 들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각광 받았던 이유는 뇌 속 세상을 다이나믹하면서도 나름의 고증과 함께 풀어나갔기 때문이었고, '쥬토피아' 역시 동물들의 세계라는 흥미로운 발판 위에 추격극을 맛깔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영화 '소울'은 심심하다는 평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심심함'이야 말로 본 영화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에서도 적어놓았듯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대사, "That's just regular old living"로 정리할 수 있다. '그저 따분한 일상에 불과하다.'란 따분한 대사지만서도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잘 내포하고 있다. 일상의 재조명이란 뭔가 픽사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게 반전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그러하였기에 잔잔한 이야기 흐름이 본 영화에 더 잘 융화가 됐었다 생각한다.

 

현 시국에 어울리는 그런 영화란 평이 많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힐링 영화란 표현도 많이 보이는데 이 역시 동의한다. 소위 '힐링' 들어가는 것들을 정말 싫어하는 편인데, 본 영화 '소울'만큼에는 알맞는 수식어였다. 과한 '힐링'이라기보다는 그냥 은은하게 깔려있는 '힐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이런 점도 장점으로 다가왔다. 약간 작위적인 동화적 요소(?)가 있기도 하였지만 (예를 들어, "난 내 꿈을 좇아 가는 사람이 되겠어!") 충분히 현실적으로 풀어냈으니 이건 패스. 아무튼 간만에 흡족하게 영화관을 나갈 수 있어서 좋았던 영화였다. 

 

 

ps. 영화관을 나오면서 한 커플이 '흑인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은 처음 아니야?'라고 말하는데, 기분이 오묘하게 불편했다. 처음도 아니고 (최근 작품을 보면 소니의 갓갓갓-스파이더버스가 있었고) 굳이 흑인을 거론할 필요가 있나란 생각이 들었다. 의도가 어떠했는지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은연 중에 '흑인이 나왔네?'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괜히 불편했던 걸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