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때는 쉬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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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그냥 일기.

40002 2023. 4. 3. 04:28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다.
힘들다고 말하자니 스스로가 또 한없이 부끄러워 막상 염치가 없어지는 요즘이기도 하다. 혹자는 힘듦을 받아들이라고 했지만 받아들이면 받아들이는대로 아니면 아닌대로 아프기만하다. 나로 시작된 아픔이라 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난 아파야 하는 사람이니깐'이란 참 안타까운 그렇지만 고칠 수 없는 생각으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게  끝이 막힌 굴이 아닌 터널이길 바라본다.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음을 많이 느낀다.
자신감이야 원래 내게서 찾기 힘든 친구였지만 요즘은 그 자취나 냄새 조차 찾기 힘들다.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내 자신감 있는 행동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결국 내 마음 속에서 다시 돌아오는 메아리는 '피해를 준다.'이다. 돌이켜보면 내 줏대로 행동하는 내 자신으로 인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고 그 상처의 무게를 생각하니 그 부끄러움은 더 커지기만한다. 그러하다보니 어떤 행동이든 확신과 자신이 없다. 내가 나임을 믿고 싶지 않다.

그냥 시간을 태우는 것 같다.
출근하고 실험하고 중간에 밥먹고 액정화면들 보다가 사람들도 보고 하하호호 떠들고 악기도 불다가 밤에는 게임도 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 내 스스로를 최대한 묽혀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내가 나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부터 스스로를 향한 질타와 비난이 몰려온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의 문제가 아닌 그냥 사람됨의 문제에서 기인한 주제이기에 시간 속에 내가 들어가 있으면 고통스럽다. 그냥 일정한 틀에서 작업하는 로봇처럼 어떤 일들을 대리수행하는 삶을 사는게 편하다. 편하다보다는 그게 덜 힘들다.

많은 것이 흐릿하다.
하루하루가 기대되고 다채로운 그런 시간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굳이 이야기하면 회색에 가깝다. 정확히 말하면 수체화 그리고 남은 물감통의 색같은 느낌이다. 탁하고 무슨 색인지는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빛깔. 무언가를 할 때도 그 순간이 또렷하지 않고 잠을 자는 것과 같은 느낌도 든다. 잘 때도 실은 힘들다. 꿈에서도 스스로를 옥죄는 내 자신을 자주 발견하곤 한다. 뭐, 어디서든 일관성이 있는 내 자신인 것 같아 그건 기특하다.

행복하고 싶다.
그런데 난 그럴 자격이 없는 것 같다, 이제는. 그냥 어떻게 어떻게 시간의 절벽 속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 떨어지자고하니 너무 무책임해서 그것도 그것대로 싫다. 스스로가 남들에게 부끄럽지는 않게 살아야하는데, 더 부끄러울 수는 없으니깐. 어깨 피고 떳떳하게 살 면목은 없어도 남은 시간동안에는 더 이상 다른 이들에게 폐끼치 않는 존재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그러니 행복은 고사하고 이런 우울함 속에서 애써 웃는 얼굴 지으면서 하루하루 지내보는 것, 태워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힘들다.
내가 너무 밉고 정말로 싫다. 그런 내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힘들고 그걸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다. 나를 이루는 많은 부분들이 당당하지 못하는 것도 힘들다. 내가 안고 가야할 것들이고 고쳐가야할 것들임 역시 힘들다. 무책임하게 던져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하지만 그건 매일 밤이 가져오는 어두운 속삭임이라고 생각한다. 자고나면 그래도 밝은 아침이니깐.

오늘 밤도 여전히 깊고 겨울은 춥기만하다.
자야지. 자야지. 자야지. 그만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