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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호자들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본문

Movie/2023

그동안 수호자들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40002 2023. 6. 12. 00:11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1)는 정말로 즐겁게 본 영화다. 외국에 여행 갔다가 방에 할게 진짜 없어 불법적인(?) 방법으로 봤었는데 끊기는 wifi 상황 속에서도 흥겨운 리듬에 취한 참 진한 영화였다. 얼마나 진했냐면, 마블 작품들 중에서 TOP 5를 꼽는다면 이견 없이 가오갤1은 꼭 넣을 것이다. 2편은 또 어떠한가. 1편의 아성에 조금은 묻힌 것도 사실이지만 가오갤만의 똘끼를 가득 보여준 재미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우리의 영원한 아버지, 욘두까지. 내용이 어찌됐든 1편, 2편 모두 재미 있었던 작품은 확실했고 이를 마무리할 3편을 보는 내 마음은 기대감도 있었지만서도 아쉬움이 앞섰다. 오랜 친구를 이제는 보내줘야 할 시간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보내줘야 한다니 한없이 아쉽기만 했다

 

이것부터 이야기하고 가자. 그래도 누구 하나는 삶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그러하지 않아 좀 아쉬웠다(?). 대대적으로 '본 작품은 우리의 마지막 작품이자, 의미있는 좋은 작품이 될거에요.'라고 홍보 했으니 무엇인가 방점을 찍을 듯한 임팩트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아무도 마무리되지 않는 그런 엔딩이었다. 돌이켜보면 이게 맞는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만일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가오갤을 관통하는 가벼움..? 펑키함..? 그런 것을 헤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엔딩 때 다 같이 헤어지면서 춤을 추는 장면도 이와 같은 가오갤 시리즈의 느낌을 잘 보여준 씬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을 눈물과 감동을 더하면서 그 끝을 마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춤으로 그 애잔함을 승화하니 오히려 더 그 애잔함이 크게 느껴진게 아닌가 싶다. 시리즈마다 조금씩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확실히 1편부터 3편까지의 영화의 큰 틀과 느낌이 획일화 되어 있어서 3편도 재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물론 그 감성을 계속 우리다보면 사골이라 할 수 있지만 원채 가오갤이란 프렌차이즈의 개성이 강하다보니 우려도 우려도 그 맛은 묽어지지 않은 느낌이긴 하였다.

 

재미있는 작품인건 확실하다. 특유의 거친 느낌은 예전보다 덜하지만 그래도 날렵한 우주 액션, 다양성을 은연 중에 보여주는 센스, 자학적이지만 전혀 자학적으로 보이지 않는 개그, 그리고 각 구성원들간의 우정까지. 이번에는 스타로드가 아닌 주위 캐릭터들에 이야기를 더 투자하므로서 나름 새로운 느낌을 자아내려고 한 것도 좋았다. 하이에볼루셔너리라는 빌런도 꽤나 생각해볼 주제를 던져준 인물이긴 했다. 능력적으로는 압도적이란 느낌이 적어서 솔직히 말해 큰 긴장감은 없이 보았지만 캐릭터 자체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지배자/피지배자, 창조주/창조물, 완벽함이란 무엇인가..등등. 그 이야기를 조금 더 깊게 빌런의 이야기에 담을 수 있으면 좋았을 것 같았지만 결국 분조장 캐릭터로 끝나 아쉬움이 강했다. 빌런을 1회성으로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처사이나 그래도 매력적으로 키웠으면 3편의 끝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란 작은 생각.

 

가오갤3는 전체적으로 인피니티 워 - 엔드게임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엄청 잘 뽑아낸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팬들에게 행복한 마무리 인사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맞는 비유일지는 모르겠는데 영화 '트루먼 쇼'의 엔딩에 나오는 "In case I don't see you,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와 같은 대사의 느낌을 받았다. '과정이 어떻게 되었든, 다른 마블 작품들이 어떻게 되었든, 가오갤 시리즈는 여기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정말 감사했습니다.'란 멘트를 날리고 있다고 할까나. 내가 기대했던 가오갤처럼 휘양찬란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담백하게 작품을 담아 오히려 그 여운을 강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엔딩 크레딧 올라가며 흐뭇해진 게 참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시리즈도 이렇게 마무리 되는구나. 시원섭섭하지만 그래도 보내줘야지.' 엔드게임도 영화 크레딧을 보면서 '어려서부터 함께 해온 이 작품들의 추억이 여기서 마무리 되는구나.'란 생각을 했는데 가오갤3 역시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다. 비록 어떤 형태로든 가오갤은 돌아오겠지만 우리가 아는 이 감성은 아닐 것임은 확실해 보여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