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때는 쉬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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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첫 글.

40002 2024. 2. 5. 04:17

2023년은 참으로 고된 연도였다. 내가 빚은 시련이 나를 너무나도 짖눌러 그 존재가 없어질 뻔까지도 했다. 너무 거창하게 말했는데 나는 그냥 불행했다. 자의 반, 타의 반인 불행 속에서 계속 헤엄친 거 같다. 허우적 거리는 내 자신에 대한 고찰은 이제 그만하고 싶으니 생략하고자 한다. 나는 최대한 스스로한테는 용서를 구하되 관대해지지는 않으려고 했고 바깥을 향해서는 거리를 두고자하였다. 타의에 의한 스트레스는 결국 내가 어쩔 수 없으니 나만을 다스리려고 했던 것 같다. 덕분에 그래도 잘 지내고 있는 수준에 이른 것 같다.

최근에는 공연을 했다. 솔직히 말해 중도하차할 생각도 더러 있었고 스스로한테 만족스러운 공연은 아니었지만 과정 자체는 참으로 보람찼다.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서 어찌보면 나의 황금기로 돌아갔다는 생각도 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무언가 고양된 느낌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음악 때문이었나 싶었지만 결국 돌고 돌아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착하였다. 나는 참 단순한 인물이라 주위 사람들로 인해 참 쉽게 물이 든다. 이번에는 순수히 음악이라는 가치로 모인 사람들의 행복에 젖을 수 있어서 기뻤던 것 같다.

외로움에 대한 생각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직도 과거라는 역에 머무르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다음 정거장을 가야하지 않을까란 생각 역시 공존한다. 나름의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예전만큼 용기도 없고 여전히 누군가에게 나는 좋은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도 거듭하는 중이라 겁이 나기도 한다. 꼭 사람이 좋을 필요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그래도 좋은 사람으로 남고픈 마음이다. 너무 내 감정을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이 되려 장애물이 되고 있지 않나도 생각해본다.

여전히 내가 걷는 길은 안개 자욱한 아침과 같다. 그래도 아침이라는 사실에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날이 밝아지기를 고대 중이다. 이를 위해 함께 옆에 있어준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고마울 뿐이다."행복하면 됐다."를 입에 달고 사는데 올해는 그래도 '행복했으니깐 됐기'를 바란다.

2024년라는 양파의 한꺼풀도 어느새 벗거졌다. 하나씩 벗겨 나가다보면 결국 모든 시간이 껍질이 아닌 양파 그 자체였음을 알게 되지 않을까. 소중하게 하나씩 잘 벗겨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