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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숨이 그냥 커피면 난 TOP야." -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본문

Game/2023

"야숨이 그냥 커피면 난 TOP야." -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40002 2023. 6. 11. 22:01

게임 명 :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플랫폼 : 닌텐도 스위치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꼭 플레이를 해보고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전작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이하, 야숨)을 하며 즐겁게 플레이한 순간들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자세한 것은 본 리뷰를 참고. https://classic4love.tistory.com/2)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는 하이랄 대 탐험기, 야숨. 게임이란 세상 속에 온전히 나를 이입할 수 있었고, 이에 참 감사함을 느낀 작품이었다. 그래서 스위치를 살지 고민하는 주위 친구들에게 "야숨 하나만으로도 스위치는 충분히 사고도 남는다"라고 대대적 홍보를 하고 다녔다. 링크가 벽을 꾸역꾸역 오르고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게임은 즐거웠고, 내가 가는 곳이 곧 나의 이야기가 되는 야숨은 내 인생 G.O.A.T. 게임이었다. 그런 게임의 차기작인 왕국의 눈물(이하, 왕눈)이 나오는데 어찌 안할 수 있겠는가. 솔직히 차기작이 잘 되리란 보장은 없었기에 걱정이 앞섰고, 전작만큼은 아니여도 '그냥저냥 좋은 게임'이 되기를 기도하며 왕눈의 스위치를 켰다.
 

자, 드가자-

더 많은 탐험을 원하십니까?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첫 인상은 야숨만큼은 아니었다고 본다. 야숨의 초반부, 동굴에서 나왔을 때 펼쳐진 광활한 하이랄의 전경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은 그 인트로의 느낌을 숨참고 스카이다이빙하는 것으로 대체하였다. 허나 전작에서 이미 하이랄의 광활함을 맛본 이들에게 이는 약간 밋밋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다 가봤던 곳이구먼..'이라고 생각되는 공간이 앞에 나오니 뭔가 두근두근함이 줄어든다고 해야할까. 그런 높은 기대치를 갖은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제작진은 z축을 추가하였다. 뭔 소린고 하면, 하이랄 평원 위에 하늘섬을 추가하고 아래 쪽으로는 땅 밑인 지저를 추가하여 평면적인 확장이 아닌 입체적인 확장을 도모하였다. 마냥 복붙한 것도 아닌 각 지역마다의 색을 잊지 않은 것에서 제작진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평원에도 많은 동굴들을 추가하여 막상 우리가 보는 것 이상의 깊이를 확인하였다. 이렇게 익숙한 맛 위에 새로움이 쏟아지니 자연스럽게 먹게 되면서도 새로 추가된 향미에 이끌려 더 진취적으로 탐험을 즐길 수 있었다. 또 이런 진취적인 탐험을 위해서 편리성을 제공하였는데 이 또한 제작진들의 센스가 돋보였다고 생각된다. 굳이 전작처럼 말을 타지 않아도 (전작에서도 거의 안탔지만) 날아 다니거나 아니면 직접 탈것을 만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맵을 다닐 수 있었고 합법적 벽뚫이 가능해진 시점부터 이미 이 게임의 목적성은 확실해보였다. '맵이 넓으시다고요? 더 편하게, 더 멀리 돌아 다니세요!' 탐험 컨텐츠 또한 한층 더 풍부해지니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도 없다.
 
더 풍부한 이야기를 원하십니까?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젤다의 전설의 큰 플롯은, '링크란 기사가 공주인 젤다를 구하고 마왕인 가논을 잡는다.'이다. 전작에서도 그리고 본 작품에서도 이 이야기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허나 본 작품에서는 이 플롯에 약간의 서사를 더 가미한다. 탐험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이야기의 실타레가 풀려지게 되는데, 이걸 쫓아가는 재미와 한편으론 스토리를 이해하고 나서 느껴진 그 충격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물론 전작에서도 이런 기믹들이 있었지만 속된 말로 '마왕 뚜까패면 되는거 아님?' 이상의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본 작품에서는 '젤다를 구하는 과정, 정확히 말해 찾는 과정'에 더 포커싱이 되면서 이야기의 깊이가 더해졌다고 생각한다. 그 놈의 젤다가 어떻게 됐는지 솔직히 말해 전작에서는 관심이 없었지만, 본 작품에서는 젤다를 찾은 뒤 느껴지는 감동과 뭉클함은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아버지..아니 젤버지, 이제야 깨달아요.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앞서 말한 탐험적인 요소와 어우러지면서 스토리를 더 알아가고 싶은 그런 욕구도 커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 역시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야 여전히 입체적이라기보단 평면적인 구성이지만 하나씩 그 이야기를 찾아가는 재미와 좋은 연출을 통해 이야기에 취할 수 있었다.
 
더 높은 자유도를 원하십니까?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전작에서 가장 호평 받았던 요소를 생각하면 바로 직관성이다. 불이 붙으면 상승기류가 생기고, 무거운 것은 물에 가라앉고, 금속은 전기에 통하며.. 그런 당연한 상식들이 본 게임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는 것에 나는 즐거웠다. 본 게임은 이런 직관성에 자유도라는 요소를 더한다. 정확히 말해 오픈월드의 그런 '자유도'가 아닌 크래프팅을 할 수 있는 그런 '자유도'를 말한다. 본 게임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마치 간단한 회로도를 짜는 것처럼 로봇을 만든다든지, 투석기를 만든다든지, 망할 코로그의 고문기를 만든다든지.. 별에 별 것들이 다 가능하다. 직관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본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샌드박스적인 요소를 게임에 가미하게 되니 젤다든 가논이든 모르겠고 내가 원하는 것을 뚝딱뚝딱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 게임은 즐거웠다. 이 완성품들을 탐험에,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것 역시 본 게임의 특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크래프팅을 제외하고도 추가된 새로운 기믹들 역시 (예를 들어 시간을 돌리는 기믹) 본 게임의 높은 자유도에 한 몫하고 있다. 제작진들은 재밌는 게임은 단순히 스토리가 좋고, 탐험이 재밌고, 그런 것뿐만이 아닌 '나만의 이야기와 서사가 담긴 게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왕눈은 단순히 '하이랄을 돌아 다니는 링크의 이야기'가 아닌 '하이랄을 돌아다니는 나의 이야기'로 바뀌어 있었고 이것 하나만으로 본 게임은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본 게임은 전작의 유산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개선할 여지가 있는 부분들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한 작품이다. 혹자는  전작을 재탕한 DLC 아니냐라는 말도 하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난 제작진들이 모든 공간과 시간에 크고 작은 디테일을 추가하느라 느낀 노고가 플레이하면서 바로 느껴졌다.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런 모험과 당연하게 느껴지는 직관성 그리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런 자유도까지. 본 작 왕국의 눈물은 작품명 자체는 눈물일 순 있겠지만, 플레이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값진 기쁨의 미소가 아니였나 생각해본다. 아직도 내 주위에 스위치를 사야할지 고민인 사람들이에게 당당하게 이젠 야숨이 아닌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을 추천해줄 것이다. 후.. 마저 못 깬 퀘스트들이나 깨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