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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도와 직관성으로 빚어낸 -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본문

Game/2018

자유도와 직관성으로 빚어낸 -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40002 2018. 10. 21. 03:24

게임 명 :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플랫폼 : 닌텐도 스위치


스위치를 구매하면서 기대한 것은 마리오였지 젤다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접해온 게임은 배수관 타 다니는 마리오 아저씨였지 검 휘두르는 초록색 나부랭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하길 '마리오가 그냥 커피면 젤다는 T.O.P야.'인데 어찌 젤다를 안 살 수 있겠는가. (그래, 난 팔랑귀다.) 그래서 속는 셈 치고 마리오와 함께 팩을 구매해서 플레이 해보았다.


게임을 딱 시작하고서 놀란 것은 광활한 맵의 사이즈다. 동굴 밖으로 나오면서 게임은 시작되는데 그 때 펼쳐진 광경이 정말로 대단하다. '이게 내가 다 둘러 봐야 할 곳이라고?' 눈앞에 펼쳐진 경관들이 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이 때 이미 갓-겜의 향기를 맡아 버렸다. 내가 어느 세월에 이 모든 맵을 돌아다닐 수 있을까 라는 걱정...아니, 기대감에 하이랄(게임의 주 배경)을 누비고 다녔다.



이 짤 하나면 충분하다


게임의 목적은 간단하다. 부활한 절대 악을 무찌르고 공주 젤다를 구한다. (초록 옷 입고 있는 애는 링크다. 젤다가 아니다.) 하나만 더 쓰자면 그 악을 무찌르기 위해서 봉인된 네 용사들을 해방시킨다. 정말 이 정도이다. 게임은 초반까지만해도 어느정도 인스트럭션을 주지만 그 뒤에는 그냥 '님 알아서 하세요.' 라며 방목 시킨다. 즉, 자유도가 높은 게임인데 그것도 무진장 높은 편이다. 자유도에 관련된 내용으로 한 커뮤니티에 써져 있는 이런 리뷰를 본 적있다. '초반 이후에 게임을 어떻게 진행시킬지 모르겠어요.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게임이 노잼이네요..' 정도로 적혀있었다. 이 외에도 너무 높은 자유도 때문에 허우적 거리는 사람들이 많던데 난 이 높은 자유도야 말로 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본다.



높은 자유도에 질리지 않는 컨텐츠들.

자유도가 높다에 대해서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앞서 이야기한 네 명의 용사들을 한 명씩 찾아가 해방을 시켜줘야 하는데 이 순서는 플레이어 마음이다. 속된 말로 지꼴리는 대로 가면 된다. 정작 웃긴 것은 이 네 명의 용사를 꼭 해방시켜 줄 필요도 없다. 그냥 절대 악만 뚜까 패도 게임은 저절로 끝이 난다. 실은 이 절대 악을 뚜까 패지 않아도 된다. 성에 갇힌 젤다 공주는 '링크...링크... 찾아와서 나를 살려줘.. '라며 외쳐되지만 무시하고 말타면서 광야를 질주하면서 놀아도 된다. (인성수듄) 맵 이곳저곳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서브 퀘스트를 받고 무기도 만들고 돈도 벌고 미니게임도 하고 퍼즐도 풀고 요리도 해먹고 그러다가.. 조금 질렸을 때 쯤에 '젤다 구하러 가볼까..?'를 생각해도 된다. 그만큼 이 게임은 자유도가 높으며 또 풍요로운 서브 컨텐츠들을 제공하고 있다.


서브 컨텐츠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실은 서브 컨텐츠야 말로 오픈월드 게임을 평가하는 척도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서브 컨텐츠가 많다 한들 다 저기서 여기, 여기서 저기 본 듯한 느낌이면 ctrl+c/ctrl+v에 불과하다. 근래까지도 유비 소프트 (통수소프트) 사의 오픈월드 게임들이 이런 이유로 욕을 먹어왔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 갔는데 'A를 찾아 주세요.', '적 B들을 소탕해주세요.', 'C를 모아서 저한테 주세요.' 라는 퀘스트가 있다고 하자. 다른 지역에 갔더니 'ㄱ이 안 보여요', 'ㄴ이란 나쁜 놈들을 없애주세요.', 'ㄷ라는 것을 가져와요.' 라는 퀘스트들이 있다. '어라 어디서 많이 봤는데?' 플레이어들이 오픈 월드 게임을 하는 이유는 오픈한 느낌의 월드 느낌을 받기 위함이지 한정된 월드라는 느낌을 받기 위함이 아니다. 본 게임에서는 기존의 컨텐츠들이 질렸다... 싶었을 때 하나씩 추가되는 그런 게임 디자인이 대단했다. '이쯤 됐으면 뭐 다 봤겄지.' 라고 생각했는데 또 돌아다니다 보면 새로운 컨텐츠들을 발견하게 되어 만족하게 된다. 대단하다.



게임도 결국에 사람 사는 곳. 직관성.

젤다는 이 자유도에 하나를 더 얹었다. 바로 직관성이다. 게임도 결국 현실을 모방한 가상공간이니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은 게임에서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보자. '바람이 불면 물건이 날아간다.' 게임 내에서도 구현되어있다. 바람 부는 대지에 가벼운 물건들을 땅에 드롭하면 바람에 실려 날라간다. (이것 때문에 초반에 루팅한 아이템들이 날아갔다..Aㅏ) 그에 반해 무거운 철제 무기들은 땅에 그대로 있다. 당연한 이치인데 이것이 구현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맞다. 바람 불면 날아가지..' 게임이라고 현실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내가 멍청해지는 순간이었다. 다른 예시를 들어보자. '사막은 낮이면 덥고 밤이면 춥다.' 이 또한 우리가 잘 아는 상식인데 게임 내에서도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 이는 게임 플레이까지 영향을 주는데 낮에 플레이를 할거면 얇은 복장을 해야하고 그에 반해 겨울에는 방한이 되는 옷을 입고서 플레이 해야한다. 이외에도 직관적인 상황들은 정말 많은데 알아갈 때마마 현실과 게임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몸소 느꼈다.

앞서 언급한 자유도와 직관성 덕분에 게임을 정말 게임답게 할 수 있었다. 나는 게임의 목적은 리얼한 간접체험에 있다고 생각한다. 본 게임은 오픈 월드를 '탐험'하는 간접체험을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링크라는 한 명의 탐험가가 되어 하이랄을 누비면서 탐험하고 하나씩 새로움을 알아나갔다. 어려움도 있지만 조금씩 머리를 써가면 도달 할 수 있고, 또 어려움이 있어야 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 이 탐험이라는 간접체험을 어떻게 구현해야하는지 또 우리가 실제 탐험가가 되면 어떤 시련과 고통 그리고 고난에 봉착할지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달 내내 이 게임만 잡고 있었다. 그만큼 게임의 몰입도에서부터 완성도까지 어디 하나 깔 거 없는 겜이라는 뜻이다. 일본 특유의 호쾌함(?)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감성 또한 있어서 간간히 실소도 터졌다. 이제 남은 마리오를 마무리 지으러 가볼까. 



사진출처 : https://eteris.tistory.com/1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