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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때는 쉬어가기.
빵 형님의 우주 여행기 보려다가 시간을 놓쳐서 본 차선책, 예스터데이. '전세계에서 비틀즈를 아는 사람이 나 혼자가 된다면?'이란 흥미로운 소재로 확실히 구미가 댕기는 영화이긴 했다. 비틀즈의 광적인 팬은 아니지만 뭐.. 대충 알 음악들은 안다. 예스터데이, 헤이 쥬드, 렛잇비.. (진짜 대표곡들이긴하지만) 멜로디와 가사에서 주는 무언가가 있는 것은 확실한 밴드다. 서두가 길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틀즈 음악이 좋긴하구나.' 그 이상 그 이하의 감흥은 없었다. 소재는 신선하고 좋았는데.. 막상 남주와 여주간의 이야기가, 뭐랄까 맥이 빠진다. "여자와의 잘못된 관계를 고치려는 남자의 이야기." 흔하디 흔한 그런 이야기. 갈등 해소 파트에서의 한방도 없어서 아쉽기도 하였다. 그래도 비틀즈 음악은 좋았다..
모든 영화 장르 중 가장 좋아하는 장르를 꼽는다면 단연 멜로다. 남/녀의 근본적인 감정선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풀어낸 것이 멜로 아니겠는가. 그만큼이나 흔하고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완성해내기 어려운 장르가 멜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앞서 말한 멜로에 레트로 감성을 더했다. 라디오 프로인 '유열의 음악앨범'이 중심이 되어 남주와 여주간의 이야기가 진행됐고 그 사이사이 시대상을 방영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본인은 유열의 음악앨범 세대가 아니기에 100% 공감 할 수는 없었지만 어느정도 그 당시의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고 꽤나 성공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영화의 중심은 이러한 레트로가 아닌 남주와 여주간의 이야기가 되어야한다. 레트로 감성은 차차하고 둘간의 이야기가 결여가 되..
가족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를 고르던 중 눈에 들어온 영화, 엑시트. 정말 별 기대 없이 본 작품이었다. 딱 킬링타임정도? 근데 이게 웬걸? 먼저, 재난물과 코미디라는 잘 상상이 안되는 두 조합을 잘 이룬 영화라고 본다. 재난물하면 필히 주인공 친구가 죽고 주인공의 전 여친(혹은 전 부인)이 등장하며 주인공 버프로 모든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전형적인 클리셰이다. 하지만, 본 영화에서는 이러한 점에 의문점을 제기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본 영화를 재난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코미디물인데 재난이 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선했던 것도 사실이다. 코미디물의 입장에서보면 킬링타임이었다는 것은 변함없었지만, 그래도 임윤아와 조정석의 좋은 연기와 호흡 그리고 가끔씩 터져주는 유머까지. 최소한 ..
필자는 로맨스물 좋아하고 코미디물도 좋아하지만, '로맨스-코미디'라는 장르만큼은 싫어한다. 연애와 거리가 먼 필자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ㅠㅠ) 로맨스도 아닌 코미디도 아닌 중간을 달리고 있는 스탠스를 보면 '어우..' 소위 말하는 손발 오그라드는 상황들만 연출되고 그 무엇도 챙기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랬기에 본 영화 '롱샷'을 보기로 한 나는 걱정부터 앞섰다. 손발만 오그라들다가 2시간을 탕진하지 않을까하는 그런 근심. 다행히도 영화는 화끈한 로맨스와 빵빵터지는 코미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실히 잡았다. 영화는 찌질한 남주 입장에서 적나라하게 서술되고 있는데, 나는 이런 점에 끌렸던 것 같다. 뭐랄까 공감된다고 해야하나.. 아주 전형적인 병x인 남자의 로맨스물 말이다. 거기에 감초 ..
잔잔함의 미학을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긴 하는 편이다. 왜냐면 이런 잔잔함 안에서 생기는 진동은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무디게 느껴지던 이런 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하지만 잔잔함이란 것이 말이 잔잔함이지 다른 각도로 보면 지루함이다. 스토리도 복잡하지도 않고 플롯도 어느정도 예상도 되었던 것이라서 본 영화는 지루한 영화이기도 했다. (밤에 봐서 더 졸리기도 했고.) 이런 잔잔함 속에 묵직한 펀치 한 번 정도는 있기를 바랐는데 그러하지 않아 좀 아쉽긴했다. 주고자하는 메시지는 확실해서 마음에 들었다. 가난함의 되물림과 가족에 대한 고뇌를 담고 있었다. 혹자는 신파로 마무리 되어 좀 아쉽다고 했는데 난 이 정도면 오케이. 신파가 과하면 나쁜거지 마..
'거미남: 집들이'의 후속작인 '거미남: 집 나가면 개고생'이 개봉했다. 홈커밍을 너무나도 재밌게 본지라, 후속작인 파 프럼 홈 역시 큰 기대 속에 기다린 작품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터 파커가 갖고 있는 10대의 발랄함은 여전했지만 10대의 고뇌는 감쪽 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두 영화의 상황이 다르잖아요!" 물론, 본 영화 파 프럼 홈은 전작인 홈커밍에 대비해 하나의 과제가 더 있긴하다. 바로 '엔드게임'의 뒷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다. 실제로 많은 시간을 엔드게임의 뒷 이야기를 푸는데 할애한다. 아니 어찌보면, 본 영화의 핵심이 곧 엔드게임의 뒷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바로 '아이언맨의 후계자를 향한 스파이더맨의 성장기'이다. 그래, 취지는 좋다. ..
*본 리뷰에는 스포가 있습니다. 토이스토리 삼부작은 두고두고 길이 남을 명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토이스토리3의 마무리는 그 어떤 트릴로지보다 말끔했고 아름다웠다. 장난감으로서의 사명감을 이어나가며 동시에 엔디와의 작별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그런데, 4편이라니? 아무리 토이스토리가 픽사가 내세우는 좋은 프렌차이즈라 해도 아름다운 마무리에 무엇을 덧 붙인다는 것은 내게 용납이 되지 않았다. 보여줄 것 이미 다 보여준 것 같고 3편 이후 TV 시리즈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이어나갔으니 돈독이 올랐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내 생각이 짧았다. 영화를 보고나서 '맞다, 내 상대는 픽사였지..'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픽사의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은 여전히 건재했다. 솔직히 말해서 기..
영화를 볼 때 중요한 것들이 여러 개 있지만, 나는 영화의 스탠스를 중요시 여긴다. 스탠스란 거창한 표현을 쓴 것이지 분위기나 느낌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본 영화 기생충에서는 '냄새'라는 단어로 바꿔 사용하고 싶다. 영화에서는 정말 여러 냄새가 물씬 품긴다. 배경으로 이야기하면 반지하 냄새와 고-오급진 주택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장르로 이야기하면 코미디와 스릴러 냄새의 교차를 짙게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냄새가 나는 영화들이 '기생충'이 유일하냐라고 묻자면, 대답은 물론 'No.'이다. 이러한 류의 블랙 코미디 영화는 흔치는 않지만 없는 것도 아니며 이창동 감독의 '버닝'의 냄새는 어찌보면 기생충의 그것보다 더 지독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본 영화 '기생충'이 좋았던 이유는 서로 다른 냄..